Chapter 02

배음과 음색

같은 440 Hz의 '라'를 바이올린과 플루트와 피아노로 연주하면 누구나 구별합니다. 음높이도 크기도 같은데 무엇이 다를까요? 답의 대부분은 배음(overtone)들의 세기 분포에 있습니다. 주기적인 소리는 모두 기본 주파수의 정수배 사인파들의 합으로 분해되고, 그 계수의 모양이 귀에는 '음색'으로 들립니다. 이 장에서는 배음을 직접 더하고 빼며 그 사실을 귀로 확인합니다.

주기 신호는 배음의 합이다

주기 \(T_0\)로 반복되는 신호 \(x(t)\)는 기본 주파수 \(f_0 = 1/T_0\)의 정수배 사인파들로 정확히 분해됩니다. 이것이 푸리에 급수(Fourier Series)입니다.

$$x(t) = \sum_{n=1}^{\infty} A_n \sin\!\left(2\pi n f_0 t + \varphi_n\right)$$
\(n\)번째 성분을 제n배음(n-th harmonic)이라 부른다. \(n=1\)은 기본음(fundamental), \(n\ge2\)는 상음(overtone). \(A_n\)은 진폭 스펙트럼, \(\varphi_n\)은 위상 스펙트럼. 직류 성분(\(n=0\))은 소리로 들리지 않으므로 생략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두 가지. 첫째, 주파수는 \(f_0, 2f_0, 3f_0, \dots\)로 등간격입니다. 그런데 귀는 주파수를 로그로 지각하므로(5장), 배음들은 음높이로는 점점 좁게 모입니다: 옥타브, 5도, 4도, 장3도, 단3도… 둘째, 음높이를 정하는 것은 이 성분들의 공통 주기 \(T_0\)이지 가장 큰 성분이 아닙니다. 둘째 사실은 3절에서 다시 확인합니다.

그림 2-1. C2(65.4 Hz)의 배음열 16개. 위쪽은 가장 가까운 평균율 음이름과 센트 차이. 7·11·13·14번 배음은 평균율에서 크게 벗어난다(7번은 −31센트). 막대의 가로 위치는 로그 주파수(=음높이)다.
배음 n주파수비앞 배음과의 음정평균율과 차이
22:1완전 8도(옥타브)0
33:2완전 5도+2.0 ¢
44:3완전 4도−2.0 ¢
55:4장 3도−13.7 ¢
66:5단 3도+15.6 ¢
77:6(좁은 단3도)−31.2 ¢ (7배음 자체)
센트(cent) 반음 하나를 100등분한 로그 단위. 주파수비 \(r\)은 \(1200\log_2 r\) 센트. 평균율 장3도는 400 ¢인데 5번 배음이 만드는 순정 장3도 5:4는 386.3 ¢이므로 −13.7 ¢. 이 차이가 5장의 '조율 문제'의 씨앗이다.

가산 합성: 배음을 쌓아 음색 만들기

푸리에 급수를 거꾸로 쓰면 가산 합성(Additive Synthesis)입니다. 배음 진폭 \(A_n\)을 정하면 파형과 음색이 정해집니다. 1900년대 초의 텔하모니움과 해먼드 오르간의 드로바(drawbar)가 바로 이 원리였습니다. 아래 막대를 드래그해 16개 배음의 세기를 정하고, 건반으로 연주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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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배음 가산 합성기

프리셋
스펙트럼 무게중심—
짝수/홀수 에너지—
파고율(피크/RMS)—
위 칸의 막대를 위아래로 끌어 각 배음의 진폭을 정합니다(아래 그래프는 한 주기 파형). 지속음을 켠 채 막대를 바꾸면 소리가 실시간으로 변합니다. 건반을 누르거나 A–K 키로 같은 음색을 연주할 수 있습니다. 해볼 것: ① '톱니'에서 짝수 배음을 모두 0으로 → 사각파 소리(속이 빈, 클라리넷 같은). ② 높은 배음만 줄여 무게중심을 낮추면 '어두운' 소리. ③ 기본음만 0으로 해도 음높이가 그대로인지(3절).

위의 세 수치는 음색을 숫자로 요약하는 대표적인 음색 특징량(Timbre Descriptors)입니다.

$$f_c = \frac{\sum_n n f_0\, A_n^2}{\sum_n A_n^2}, \qquad \mathrm{CF} = \frac{\max_t |x(t)|}{\sqrt{\overline{x^2}}}$$
\(f_c\): 스펙트럼 무게중심(spectral centroid). 에너지 가중 평균 주파수로, 청취 실험의 '밝기(brightness)' 평가와 상관이 가장 높은 단일 지표다. CF: 파고율(crest factor). 같은 RMS(같은 크기)라도 파고율이 크면 더 큰 헤드룸이 필요하다. 사인파는 √2 ≈ 1.41.
엔지니어의 눈으로 신시사이저 프리셋의 '밝다·어둡다·속이 비었다·코맹맹이'는 대부분 \(A_n\)의 포락선 기울기(dB/옥타브), 홀짝 비, 특정 대역의 봉우리(포먼트)로 설명된다. 톱니파는 −6 dB/oct, 삼각파는 −12 dB/oct 기울기다.

표준 파형의 배음 구조와 깁스 현상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의 기본 파형 세 가지는 깔끔한 배음 공식을 가집니다.

$$\text{톱니}: \frac{2}{\pi}\sum_{n\ge1}\frac{(-1)^{n+1}}{n}\sin n\omega t,\quad \text{사각}: \frac{4}{\pi}\sum_{n\ \text{홀수}}\frac{1}{n}\sin n\omega t,\quad \text{삼각}: \frac{8}{\pi^2}\sum_{n\ \text{홀수}}\frac{(-1)^{\frac{n-1}{2}}}{n^2}\sin n\omega t$$
불연속(점프)이 있는 파형은 계수가 \(1/n\)로, 꺾임(미분 불연속)만 있는 파형은 \(1/n^2\)로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k\)번 미분해야 불연속이 나타나는 파형은 \(1/n^{k+1}\)로 감쇠한다 — 매끄러울수록 배음이 빨리 사라지고 소리가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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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합 수렴과 깁스 현상

목표 파형
최대 오버슈트—
RMS 오차—
대역폭(110 Hz 기준)—
회색 점선이 이상적인 파형, 보라색이 N개 배음까지의 부분합입니다. N을 키워도 사각·톱니의 점프 근처 오버슈트는 약 9%(점프 크기 대비)에서 줄지 않고 폭만 좁아집니다 — 깁스 현상. 란초시 σ 인자로 계수를 \(\mathrm{sinc}[n/(N+1)]\)만큼 줄이면 오버슈트가 크게 줄어드는 대신(완전히 0이 되지는 않으며, 이 실험은 첫 배음을 그대로 둔다) 경사가 완만해집니다(창 함수와 같은 트레이드오프, 15장). 듣기 버튼은 110 Hz로 부분합을 재생합니다.
디지털 신시사이저의 함정 톱니파를 샘플마다 '그대로' 계산하면 나이퀴스트 주파수(샘플레이트/2)를 넘는 배음이 아래로 접혀 들어와(에일리어싱) 음과 무관한 쇳소리가 난다. 그래서 실제 오실레이터는 배음 수를 대역 제한(band-limited)하거나 PolyBLEP 같은 보정을 쓴다. Web Audio의 OscillatorNode도 내부적으로 대역 제한 파형표를 쓴다.

잃어버린 기본음: 음높이는 주기가 정한다

200, 300, 400, 500 Hz의 사인파를 함께 울리면 무슨 음이 들릴까요? 100 Hz 성분은 하나도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100 Hz의 음높이를 듣습니다. 이 성분들의 공통 주기가 10 ms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잃어버린 기본음(Missing Fundamental, Residue Pitch)입니다. 작은 스마트폰 스피커가 100 Hz 아래를 거의 재생하지 못해도 베이스 라인의 음높이가 들리는 이유이고, 일부 오디오 제품은 이를 이용해 '가상 저음'을 만듭니다.

$$f_{\text{perceived}} \approx \gcd(f_2, f_3, \dots, f_k) \quad (\text{배음들이 정수배 관계일 때})$$
실제 청각계는 GCD를 계산한다기보다 신경 발화의 주기성(자기상관)을 이용한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시간 이론). 성분이 비조화적이면 '가장 잘 맞는 주기'를 찾으므로 음높이가 조금 이동한다(슈텐의 피치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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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음을 지워도 음높이는 남는다

울리는 성분—
자기상관 피크 주기—
위: 스펙트럼(막대), 아래: 파형과 정규화 자기상관. '가장 낮은 배음'을 1→4로 올려 기본음과 낮은 배음을 지워도, 재생 중 음높이는 그대로이고 음색만 얇아집니다. 기준 버튼으로 순수 f₀ 사인파와 비교하세요. 모든 성분을 Δf만큼 같은 양 올리면(비조화) 성분 간격은 그대로인데 음높이가 Δf/n_center 정도 움직이는 것이 들립니다 — 청각이 '간격'이 아니라 '주기 맞춤'을 한다는 증거.

위상은 들리는가?

헬름홀츠와 옴은 19세기에 "귀는 진폭 스펙트럼만 듣고 위상은 듣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옴의 음향 법칙(Ohm's Acoustic Law)). 아래에서 진폭이 똑같고 위상만 무작위로 바꾼 두 소리를 비교해 보세요. 파형은 완전히 달라 보이지만, 중간 음역의 정상음에서는 거의 구별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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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진폭, 다른 위상

B의 위상
A 파고율—
B 파고율—
A는 톱니파(배음 24개, 위상 0). B는 진폭이 같고 위상만 다릅니다. 200 Hz 근처에서는 거의 같게 들리지만, f₀를 30–60 Hz로 낮추면 한 주기 안의 '뭉침' 차이가 버즈처럼 들리기 시작합니다 — 청각 필터 하나에 여러 배음이 함께 들어오면 그 필터 출력의 포락선이 위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슈뢰더 위상 \(\varphi_n = \pi n(n-1)/N\)은 평탄한 멀티톤 스펙트럼의 파고율을 낮추는 설계에 쓰입니다. 임의 진폭 분포의 전역 최소를 보장하지 않으며, 이 1/n 진폭 예에서는 오히려 위상 0보다 파고율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음원–필터 모델과 포먼트: 모음 합성

사람 목소리는 성대가 만드는 배음이 풍부한 펄스열(음원)이 성도(목·입·코의 관)라는 공명 필터를 통과한 결과입니다. 음원을 바꾸지 않고 필터만 바꿔도 '아'가 '이'가 됩니다. 필터의 공명 봉우리를 포먼트(Formant)라 하며, 낮은 두 포먼트 F1·F2가 모음을 거의 결정합니다. 악기에도 음높이와 무관하게 고정된 공명 대역(바이올린 몸통, 금관의 벨)이 있어 같은 원리로 '그 악기다운' 음색이 납니다.

$$Y(f) = S(f)\cdot H(f), \qquad S(f)=\sum_n A_n\,\delta(f-nf_0)$$
\(S\): 음원(배음의 빗), \(H\): 성도 전달함수(포먼트의 합). 출력 배음 진폭은 \(A_n |H(nf_0)|\) — 음높이가 바뀌어도 포락선 \(|H|\)는 그대로. 그래서 높은 음에서는 배음 간격이 넓어 포먼트를 '샘플링'하는 점이 줄어 모음 구별이 어려워진다(소프라노 고음의 가사가 잘 안 들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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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F2 평면 위의 모음 합성기

F1—
F2—
가장 가까운 모음—
위 평면을 클릭·드래그하면 F1(세로, 입을 벌린 정도)과 F2(가로, 혀의 앞뒤 위치)가 바뀝니다. 점은 한국어 성인 남성 단모음의 대략적 평균 위치입니다. 아래는 출력 스펙트럼: 회색 곡선이 필터 |H|, 막대가 배음입니다. f₀를 500 Hz 이상으로 올리면 배음이 듬성듬성해져 모음이 흐려지는 것을 들어 보세요. 모델: 톱니파 음원(−6 dB/oct) + 병렬 밴드패스 3개(F3=2500 Hz 고정) + 입술 방사 근사. 실제 성문파와 성도 모델보다 단순합니다.

배음만으로는 부족하다: 음색의 다른 차원

16배음 합성기로 바이올린을 흉내 내 보면 금방 한계를 느낍니다. 정상 상태의 배음 분포는 음색의 '한 장의 사진'일 뿐이고, 실제 음색은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여러 차원을 가집니다. 다차원 척도법(MDS)을 쓴 청취 실험(Grey 1977, McAdams 1995 등)은 음색 공간의 주요 축으로 다음을 일관되게 찾아냈습니다.

차원물리량예이 책의 장
밝기스펙트럼 무게중심트럼펫(밝음) vs 프렌치 호른(어두움)2장
어택상승 시간의 로그(log attack time)피아노·기타(짧음) vs 현의 활(김)4장
스펙트럼 변화시간에 따른 스펙트럼 플럭스금관의 '와' 하고 열리는 소리4장(필터 엔벨로프)
비조화성·잡음배음의 정수비 이탈, 숨소리·활 잡음피아노 저음, 종, 플루트의 바람 소리3장

마이크가 있다면 실제 악기나 목소리로 배음을 직접 관찰해 보세요. 일정한 음을 길게 낼수록 배음 줄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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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스펙트럼 분석기 (마이크 / 이 페이지 출력)

가장 강한 피크—
추정 기본 주파수(자기상관)—
마이크 소리는 스피커로 내보내지 않습니다(분석만). '가장 강한 피크'가 기본음이 아닐 때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세요 — 목소리는 F1·F2 근처 배음이 가장 셉니다. 기본 주파수는 시간 영역 자기상관으로 추정합니다(16장의 튜너와 같은 방식). FFT 8192점, 해상도 약 5.9 Hz(48 kHz 기준).

핵심 정리

  1. 주기 신호는 \(f_0\)의 정수배 사인파(배음)의 합이다. 배음은 주파수로는 등간격, 음높이로는 옥타브·5도·4도·장3도…로 점점 좁아진다.
  2. 정상 상태 음색의 1차 결정 요인은 진폭 스펙트럼 \(A_n\)이다. 불연속 파형은 \(1/n\), 꺾인 파형은 \(1/n^2\)로 배음이 감쇠한다.
  3. 푸리에 부분합은 점프 근처에서 약 9% 오버슈트가 남는다(깁스 현상). 줄이려면 계수에 창을 곱한다 — 날카로움과 링잉의 트레이드오프.
  4. 음높이는 가장 센 성분이 아니라 공통 주기가 정한다. 기본음이 없어도 들린다(잃어버린 기본음).
  5. 위상은 중간 음역의 정상음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지만, 낮은 f₀이나 과도음에서는 포락선 차이로 들린다.
  6. 음원–필터 모델: 출력 = 배음 빗 × 고정된 공명 포락선(포먼트). 모음과 악기다움의 핵심이다.
  7. 실제 음색은 밝기(무게중심)·어택·스펙트럼 변화·비조화성의 다차원 공간이다.

확인 퀴즈

110 Hz(A2) 음의 5번 배음과 가장 가까운 평균율 음은?

5 × 110 = 550 Hz. A2에서 두 옥타브(4배, 440 Hz = A4) 위에 장3도(5:4)를 더한 음이므로 C♯5(554.4 Hz)에 가깝고, 약 −14센트 낮다.

사각파에서 짝수 배음이 0인 이유로 가장 알맞은 것은?

반주기 대칭(half-wave symmetry)을 만족하는 신호는 홀수 배음만 가진다. 짝수 배음 sin(2kωt)는 반주기 이동 시 부호가 바뀌지 않으므로 이 대칭과 양립할 수 없다. 점프는 감쇠율(1/n)을 정할 뿐이다.

300, 400, 500 Hz 세 사인파를 동시에 들을 때 지각되는 음높이에 가장 가까운 것은?

세 성분은 100 Hz의 3·4·5번 배음이다. 공통 주기 10 ms가 음높이(잃어버린 기본음)로 들린다.

같은 모음을 남성(f₀ 120 Hz)과 소프라노(f₀ 800 Hz)가 부를 때, 모음 구별이 소프라노에서 어려워지는 이유는?

포먼트는 성도 모양이 정하므로 음높이와 무관하게 거의 고정된다. 출력은 nf₀ 위치의 |H| 샘플들인데 f₀가 800 Hz면 F1(300–800 Hz) 근처에 배음이 하나도 없을 수 있다.

스펙트럼 무게중심을 낮추는 조작은?

무게중심은 에너지 가중 평균 주파수이므로 상대적으로 높은 배음을 줄여야 내려간다. 전체 배율이나 위상은 무게중심을 바꾸지 않는다. 짝수 제거는 오히려 기본음 대비 비율 구조에 따라 올라가거나 거의 변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