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음과 음색
같은 440 Hz의 '라'를 바이올린과 플루트와 피아노로 연주하면 누구나 구별합니다. 음높이도 크기도 같은데 무엇이 다를까요? 답의 대부분은 배음(overtone)들의 세기 분포에 있습니다. 주기적인 소리는 모두 기본 주파수의 정수배 사인파들의 합으로 분해되고, 그 계수의 모양이 귀에는 '음색'으로 들립니다. 이 장에서는 배음을 직접 더하고 빼며 그 사실을 귀로 확인합니다.
- 주기 신호의 푸리에 급수와 배음열(harmonic series)을 설명하고, 배음 번호를 음이름으로 바꿀 수 있다.
- 톱니파·사각파·삼각파의 배음 구조(1/n, 홀수 1/n, 홀수 1/n²)와 깁스 현상을 안다.
- 기본음이 없어도 음높이가 들리는 '잃어버린 기본음' 현상과 그 의미를 설명한다.
- 위상 스펙트럼은 음색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옴의 음향 법칙)과 그 한계를 안다.
- 음원–필터 모델로 모음(포먼트)을 합성하고, 스펙트럼 무게중심으로 '밝기'를 수치화한다.
주기 신호는 배음의 합이다
주기 \(T_0\)로 반복되는 신호 \(x(t)\)는 기본 주파수 \(f_0 = 1/T_0\)의 정수배 사인파들로 정확히 분해됩니다. 이것이 푸리에 급수(Fourier Series)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두 가지. 첫째, 주파수는 \(f_0, 2f_0, 3f_0, \dots\)로 등간격입니다. 그런데 귀는 주파수를 로그로 지각하므로(5장), 배음들은 음높이로는 점점 좁게 모입니다: 옥타브, 5도, 4도, 장3도, 단3도… 둘째, 음높이를 정하는 것은 이 성분들의 공통 주기 \(T_0\)이지 가장 큰 성분이 아닙니다. 둘째 사실은 3절에서 다시 확인합니다.
| 배음 n | 주파수비 | 앞 배음과의 음정 | 평균율과 차이 |
|---|---|---|---|
| 2 | 2:1 | 완전 8도(옥타브) | 0 |
| 3 | 3:2 | 완전 5도 | +2.0 ¢ |
| 4 | 4:3 | 완전 4도 | −2.0 ¢ |
| 5 | 5:4 | 장 3도 | −13.7 ¢ |
| 6 | 6:5 | 단 3도 | +15.6 ¢ |
| 7 | 7:6 | (좁은 단3도) | −31.2 ¢ (7배음 자체) |
가산 합성: 배음을 쌓아 음색 만들기
푸리에 급수를 거꾸로 쓰면 가산 합성(Additive Synthesis)입니다. 배음 진폭 \(A_n\)을 정하면 파형과 음색이 정해집니다. 1900년대 초의 텔하모니움과 해먼드 오르간의 드로바(drawbar)가 바로 이 원리였습니다. 아래 막대를 드래그해 16개 배음의 세기를 정하고, 건반으로 연주해 보세요.
16배음 가산 합성기
위의 세 수치는 음색을 숫자로 요약하는 대표적인 음색 특징량(Timbre Descriptors)입니다.
표준 파형의 배음 구조와 깁스 현상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의 기본 파형 세 가지는 깔끔한 배음 공식을 가집니다.
부분합 수렴과 깁스 현상
OscillatorNode도 내부적으로 대역 제한 파형표를 쓴다.잃어버린 기본음: 음높이는 주기가 정한다
200, 300, 400, 500 Hz의 사인파를 함께 울리면 무슨 음이 들릴까요? 100 Hz 성분은 하나도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100 Hz의 음높이를 듣습니다. 이 성분들의 공통 주기가 10 ms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잃어버린 기본음(Missing Fundamental, Residue Pitch)입니다. 작은 스마트폰 스피커가 100 Hz 아래를 거의 재생하지 못해도 베이스 라인의 음높이가 들리는 이유이고, 일부 오디오 제품은 이를 이용해 '가상 저음'을 만듭니다.
기본음을 지워도 음높이는 남는다
위상은 들리는가?
헬름홀츠와 옴은 19세기에 "귀는 진폭 스펙트럼만 듣고 위상은 듣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옴의 음향 법칙(Ohm's Acoustic Law)). 아래에서 진폭이 똑같고 위상만 무작위로 바꾼 두 소리를 비교해 보세요. 파형은 완전히 달라 보이지만, 중간 음역의 정상음에서는 거의 구별되지 않습니다.
같은 진폭, 다른 위상
음원–필터 모델과 포먼트: 모음 합성
사람 목소리는 성대가 만드는 배음이 풍부한 펄스열(음원)이 성도(목·입·코의 관)라는 공명 필터를 통과한 결과입니다. 음원을 바꾸지 않고 필터만 바꿔도 '아'가 '이'가 됩니다. 필터의 공명 봉우리를 포먼트(Formant)라 하며, 낮은 두 포먼트 F1·F2가 모음을 거의 결정합니다. 악기에도 음높이와 무관하게 고정된 공명 대역(바이올린 몸통, 금관의 벨)이 있어 같은 원리로 '그 악기다운' 음색이 납니다.
F1–F2 평면 위의 모음 합성기
배음만으로는 부족하다: 음색의 다른 차원
16배음 합성기로 바이올린을 흉내 내 보면 금방 한계를 느낍니다. 정상 상태의 배음 분포는 음색의 '한 장의 사진'일 뿐이고, 실제 음색은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여러 차원을 가집니다. 다차원 척도법(MDS)을 쓴 청취 실험(Grey 1977, McAdams 1995 등)은 음색 공간의 주요 축으로 다음을 일관되게 찾아냈습니다.
| 차원 | 물리량 | 예 | 이 책의 장 |
|---|---|---|---|
| 밝기 | 스펙트럼 무게중심 | 트럼펫(밝음) vs 프렌치 호른(어두움) | 2장 |
| 어택 | 상승 시간의 로그(log attack time) | 피아노·기타(짧음) vs 현의 활(김) | 4장 |
| 스펙트럼 변화 | 시간에 따른 스펙트럼 플럭스 | 금관의 '와' 하고 열리는 소리 | 4장(필터 엔벨로프) |
| 비조화성·잡음 | 배음의 정수비 이탈, 숨소리·활 잡음 | 피아노 저음, 종, 플루트의 바람 소리 | 3장 |
마이크가 있다면 실제 악기나 목소리로 배음을 직접 관찰해 보세요. 일정한 음을 길게 낼수록 배음 줄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실시간 스펙트럼 분석기 (마이크 / 이 페이지 출력)
핵심 정리
- 주기 신호는 \(f_0\)의 정수배 사인파(배음)의 합이다. 배음은 주파수로는 등간격, 음높이로는 옥타브·5도·4도·장3도…로 점점 좁아진다.
- 정상 상태 음색의 1차 결정 요인은 진폭 스펙트럼 \(A_n\)이다. 불연속 파형은 \(1/n\), 꺾인 파형은 \(1/n^2\)로 배음이 감쇠한다.
- 푸리에 부분합은 점프 근처에서 약 9% 오버슈트가 남는다(깁스 현상). 줄이려면 계수에 창을 곱한다 — 날카로움과 링잉의 트레이드오프.
- 음높이는 가장 센 성분이 아니라 공통 주기가 정한다. 기본음이 없어도 들린다(잃어버린 기본음).
- 위상은 중간 음역의 정상음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지만, 낮은 f₀이나 과도음에서는 포락선 차이로 들린다.
- 음원–필터 모델: 출력 = 배음 빗 × 고정된 공명 포락선(포먼트). 모음과 악기다움의 핵심이다.
- 실제 음색은 밝기(무게중심)·어택·스펙트럼 변화·비조화성의 다차원 공간이다.
확인 퀴즈
110 Hz(A2) 음의 5번 배음과 가장 가까운 평균율 음은?
사각파에서 짝수 배음이 0인 이유로 가장 알맞은 것은?
300, 400, 500 Hz 세 사인파를 동시에 들을 때 지각되는 음높이에 가장 가까운 것은?
같은 모음을 남성(f₀ 120 Hz)과 소프라노(f₀ 800 Hz)가 부를 때, 모음 구별이 소프라노에서 어려워지는 이유는?
스펙트럼 무게중심을 낮추는 조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