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의 물리
악기는 공진기입니다. 줄, 공기 기둥, 막, 금속 막대가 각자의 경계 조건이 허락하는 주파수(모드)로만 진동하고, 그 모드들의 주파수 비가 정수에 가까운지 아닌지가 '음높이가 또렷한 악기'와 '타악기'를 가릅니다. 이 장에서는 파동 방정식의 해를 직접 울려 보고, 1983년 논문으로 발표된 간결한 카플러스–스트롱 알고리즘이 어떻게 기타 소리를 내는지 해부합니다.
- 현의 모드 주파수 \(f_n = n v/2L\), \(v=\sqrt{T/\mu}\)와 메르센 법칙으로 실제 현의 장력을 계산한다.
- 뜯는 위치 \(\beta\)가 \(n\beta\)가 정수인 배음을 지우는 이유를 푸리에 계수로 설명하고 듣는다.
- 카플러스–스트롱 알고리즘을 지연선 + 저역 통과 루프로 이해하고, 감쇠·밝기·분수 지연 조율을 계산한다.
- 피아노 현의 비조화성 \(f_n = nf_0\sqrt{1+Bn^2}\)과 늘린 조율(레일스백 곡선)의 관계를 안다.
- 열린 관·닫힌 관·원뿔관의 공명열, 끝 보정, 막(베셀 영점)과 막대·종의 비조화 모드를 비교한다.
현의 정상파와 배음열
양 끝이 고정된 줄의 작은 가로 변위 \(y(x,t)\)는 1차원 파동 방정식 \(\partial_t^2 y = v^2\,\partial_x^2 y\)를 따릅니다. 1장의 정상파가 바로 이 방정식의 해이고, 양 끝(\(x=0, L\))에서 변위가 0이어야 한다는 경계 조건이 허락하는 모양은 반 파장의 정수배가 줄 길이에 꼭 맞는 것들뿐입니다.
실제로 줄을 뜯으면 처음 모양(삼각형)을 푸리에 사인 급수로 분해한 계수만큼 각 모드가 들뜹니다. 위치 \(\beta L\)에서 높이 \(h\)로 뜯은 삼각형의 계수와, 해머로 친(초기 속도 충격) 경우의 계수는
뜯는 위치와 현의 모드 합성
메르센 법칙: 실제 현의 숫자
마랭 메르센(1636)은 현의 진동수가 길이에 반비례하고, 장력의 제곱근에 비례하며, 선밀도의 제곱근에 반비례함을 실험으로 밝혔습니다. 위 식에서 \(\mu = \rho\pi d^2/4\)(지름 \(d\), 재질 밀도 \(\rho\))를 넣으면
현 계산기: 길이·장력·지름·재질 → 음높이
카플러스–스트롱: 열 줄짜리 기타
알렉스 스트롱은 1978년 12월 기본 평균 알고리즘을 발명했고, 케빈 카플러스는 1979년 12월 드럼 변형을 발견했습니다. 두 저자(논문 당시 카플러스: Cornell, 스트롱: Stanford)는 1983년 잡음으로 채운 원형 버퍼를 돌리면서 이웃한 두 샘플의 평균을 다시 써넣기만 해도 놀랍도록 사실적인 뜯은 현 소리가 난다는 것을 발표했습니다(Computer Music Journal 7(2)). 같은 해 데이비드 재피와 줄리어스 스미스가 이것을 물리적인 현의 디지털 도파관(digital waveguide) 모델로 해석하고 확장했습니다.
카플러스–스트롱 기타와 스펙트로그램
피아노: 뻣뻣한 현과 늘린 조율
실제 강철선은 굽힘 강성이 있어 이상적인 현이 아닙니다. 짧은 파장(높은 모드)일수록 굽힘이 복원력에 더 많이 보태져 모드 주파수가 정수배보다 조금씩 높아집니다(Fletcher 1964).
조율사는 옥타브를 맞출 때 아래 음의 2번 배음과 위 음의 기본음 사이의 맥놀이를 없앱니다. 그런데 아래 음의 2번 배음이 이미 \(2f_0\)보다 높으므로, 귀로 맞춘 옥타브는 2:1보다 약간 넓어집니다. 이것이 건반 전체에 누적된 것이 늘린 조율(Stretch Tuning)이고, 그 편차를 그린 것이 레일스백 곡선(Railsback Curve, 1938)입니다.
비조화성 B와 옥타브의 맥놀이
관악기: 열린 관, 닫힌 관, 원뿔관
관 안의 공기 기둥도 1차원 파동 방정식을 따르지만, 경계 조건이 현과 다릅니다. 열린 끝에서는 압력이 대기압으로 고정되어 압력의 마디가 되고, 닫힌 끝(리드나 입술로 막힌 쪽)에서는 공기가 움직일 수 없어 압력의 배가 됩니다.
| 악기 | 관 모양 / 끝 | 공명열 | 특징 |
|---|---|---|---|
| 플루트 | 원통, 열린–열린 | 모든 배음 | 세게 불면 옥타브 위(2번 모드)로 '오버블로' |
| 클라리넷 | 원통, 닫힌(리드)–열린 | 홀수 배음 | 오버블로하면 12도(3번 모드) 위 — 운지가 옥타브마다 반복되지 않음 |
| 오보에·색소폰 | 원뿔, 닫힌–열린 | 모든 배음 | 옥타브 키로 옥타브 위 |
| 트럼펫 | 원통+벨+마우스피스, 입술 리드 | 보정된 배음열 | 벨과 마우스피스가 닫힌 관의 홀수 공명을 2, 3, 4, 5…배에 가깝게 끌어다 놓는다(최저 '페달 음'은 공명이 약함) |
관 공명기: 열린·닫힌·원뿔
막: 베셀 함수와 비조화 모드
가장자리가 고정된 원형 막의 2차원 파동 방정식을 극좌표에서 풀면, 지름 방향 모양이 베셀 함수 \(J_m\)이 됩니다. 가장자리(\(r=a\))에서 변위가 0이어야 하므로 허용 주파수는 베셀 함수의 영점 \(j_{mn}\)에 비례합니다.
원형 막의 모드와 타격 위치
막대와 종: 비조화를 깎아서 고치기
양 끝이 자유로운 막대의 굽힘 진동은 4차 미분 방정식(오일러–베르누이 보)을 따르고, 모드 주파수가 \(n^2\)에 가깝게 벌어집니다: \(f_n \propto (\beta_n L)^2\), \(\beta_n L = 4.730,\ 7.853,\ 10.996, \dots\) → 1 : 2.76 : 5.40 : 8.93. 실로폰·마림바 제작자는 막대 가운데 아랫면을 아치 모양으로 깎아(undercut) 가운데의 강성을 줄여서 1번 모드를 크게 내리고, 2번 모드를 정수비에 맞춥니다.
| 악기 | 모드 주파수비 | 설명 |
|---|---|---|
| 깎지 않은 막대 | 1 : 2.76 : 5.40 | 글로켄슈필(높은 모드가 빨리 사라져 괜찮다) |
| 실로폰 | 1 : 3 : 6 | 2번 모드를 12도(3배)에 — 공명관도 닫힌 관이라 3배를 돕는다 |
| 마림바·비브라폰 | 1 : 4 : 9.2 | 2번 모드를 두 옥타브(4배)에 — 부드럽고 깊은 소리 |
| 교회 종 | 0.5 : 1 : 1.2 : 1.5 : 2 | 험(hum)·프라임·티어스(단3도)·퀸트·노미널. 종 특유의 슬픈 단3도 성분 |
| 관 종(튜블러 벨) | … 8.93 : 13.34 : 18.64 | 4–6번 모드가 약 2 : 3 : 4 → 귀는 그 '잃어버린 기본음'을 타격음으로 듣는다 |
타악기의 배음 지도: 막대·종·현 비교
핵심 정리
- 양 끝 고정 현의 모드는 \(f_n = n\sqrt{T/\mu}/2L\)로 정확한 배음열이다. 옥타브 = 길이 ½ 또는 장력 ×4.
- 위치 \(\beta\)에서 뜯으면 계수 \(\propto \sin(n\pi\beta)/n^2\): \(n\beta\)가 정수인 배음이 사라지고, 브리지 쪽일수록 밝다.
- 카플러스–스트롱 = 지연선(주기) + 평균 필터(주파수 의존 손실). 루프 이득 \(\rho\cos(\pi f/f_s)\), 분수 지연은 올패스로 맞춘다.
- 뻣뻣한 현은 \(f_n = nf_0\sqrt{1+Bn^2}\)로 배음이 위로 벌어지고, 귀로 맞춘 옥타브가 넓어져 늘린 조율(레일스백 곡선)이 된다.
- 열린 관은 모든 배음(\(nc/2L'\)), 닫힌 관은 홀수 배음(\((2n-1)c/4L'\))이 공명한다. 끝 보정 \(\approx 0.61a\). 원뿔관은 모든 배음.
- 원형 막의 모드는 베셀 영점에 비례해 1 : 1.59 : 2.14 : 2.30 …으로 비조화다. 중심 타격은 m = 0 모드만 울린다.
- 막대(1 : 2.76 : 5.40)와 종은 본래 비조화이고, 깎기와 모양 설계로 주요 모드를 정수비 근처로 옮겨 음높이를 만든다.
확인 퀴즈
기타 줄의 장력을 4배로 올리면(줄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음높이는?
줄 길이의 1/4 지점을 뜯었다. 빠지는 배음은?
한쪽이 닫힌 원통관의 최저 공명이 200 Hz다. 그다음 공명 주파수는?
카플러스–스트롱에서 높은 배음이 먼저 사라지는 직접적인 이유는?
피아노를 귀로 조율하면 옥타브가 2:1보다 넓어지는 이유는?
북의 정중앙을 치면 어떤 모드가 울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