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과 심리음향
마이크는 압력을 선형으로 재지만, 귀는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60 dB라도 50 Hz는 1 kHz보다 훨씬 작게 들리고, 큰 소리 바로 옆의 작은 소리는 사라지며, 끝없이 올라가기만 하는 음이 존재합니다. 심리음향(Psychoacoustics)은 물리량(Hz, dB, 초)과 지각량(음높이, 크기, 방향) 사이의 전달함수를 측정하는 학문입니다. MP3와 AAC는 이 전달함수의 '빈틈'에 비트를 버려서 파일을 1/10로 줄입니다. 이 장에서는 그 빈틈을 직접 듣고 측정합니다.
- 외이·중이·달팽이관을 공진기·임피던스 정합기·필터뱅크로 보는 신호 처리 모델을 설명한다.
- 현행 ISO 226:2023과 예제의 2003판 등청감 곡선, 폰과 손, A-가중의 의미와 한계를 안다.
- 임계대역(ERB·바크)과 동시·시간 마스킹을 설명하고, 마스킹 확산 함수로 들림 여부를 예측한다.
- 적응형 계단법(2-down-1-up)으로 자신의 주파수·세기 JND를 측정한다.
- 셰퍼드 톤·리세 글리산도·트라이톤 역설로 음높이의 '높이'와 '음색(크로마)'이 분리됨을 듣는다.
- ITD·ILD(듀플렉스 이론), 양이 맥놀이, 선행음 효과로 두 귀가 공간을 계산하는 방식을 안다.
귀는 신호 처리 체인이다
소리가 신경 신호가 되기까지 세 단계의 기계 장치를 지납니다. 외이(귓바퀴·외이도)는 한쪽이 막힌 약 2.5 cm 관이라 \(\lambda/4\) 공진 \(f = c/4L \approx 343/(4\times0.025) \approx 3.4\) kHz 근처를 10–15 dB 증폭합니다. 사람의 청각이 2–5 kHz에서 가장 예민하고, 아기 울음·자음의 에너지가 이 대역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중이(고막–이소골)는 공기(낮은 임피던스)에서 림프액(높은 임피던스)으로 에너지를 넘기는 임피던스 정합기입니다. 고막과 난원창의 면적비 약 17배, 이소골 지렛대 약 1.3배로 압력을 약 22배(≈27 dB) 키웁니다. 이것이 없으면 공기–물 경계에서 에너지의 99.9%가 반사됩니다.
내이(달팽이관)의 기저막은 밑동이 좁고 단단하며 꼭대기로 갈수록 넓고 유연해서, 주파수마다 최대로 진동하는 위치가 다릅니다—토노토피(Tonotopy). 공학적으로는 수천 개의 겹치는 대역통과 필터로 이루어진 필터뱅크이며, 각 필터의 대역폭이 바로 임계대역(ERB)입니다. 위치와 주파수의 관계는 그린우드 함수로 근사됩니다.
소리의 크기: 등청감 곡선, 폰과 손
물리적 음압 레벨 \(L_p = 20\log_{10}(p/20\,\mu\text{Pa})\) dB SPL이 같아도 주파수에 따라 크기가 다르게 들립니다. 1 kHz 순음과 같은 크기로 들리는 음압을 주파수별로 이은 곡선이 등청감 곡선(Equal-loudness Contour)이고, 그 크기를 1 kHz에서의 dB SPL 값으로 부른 단위가 폰(phon)입니다. 1933년 플레처–먼슨 곡선이 원조이고, 현행 국제 표준은 여러 나라 실험을 통합한 ISO 226:2023입니다. 아래 계산은 2003판 데이터를 사용하는 교육용 근사이며 두 판의 차이는 최대 약 0.6 dB로 보고됩니다. 표준은 정상 청력의 18–25세, 정면 자유음장, 양이 순음 청취 조건을 기준으로 합니다. 헤드폰·모든 연령의 개인별 교정값은 아닙니다. 현행판 안내는 ISO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폰은 '같은 크기'의 눈금일 뿐 '두 배 크기'를 말해 주지 않습니다. 스티븐스의 손(sone)은 40 폰을 1 손으로 두고, 대략 10 폰 증가가 크기 두 배가 되도록 정의합니다: \(N = 2^{(L_N-40)/10}\) 손(40 폰 이상). 음압으로 10 dB는 전력 10배이므로, 크기 지각은 전력의 약 0.3제곱(스티븐스의 거듭제곱 법칙)에 비례합니다. 그래서 앰프 출력을 두 배(+3 dB)로 늘려도 '조금' 커질 뿐입니다.
소음계의 A-가중(A-weighting, IEC 61672)은 대략 40 폰 곡선을 뒤집은 필터로, 저음과 초고음을 깎아 '사람이 듣는 만큼'의 레벨(dBA)을 줍니다. 단, 큰 소리에서는 곡선이 평평해지므로 A-가중은 큰 저음의 크기를 과소평가합니다(그래서 C-가중, 라우드니스 측정 표준 ITU-R BS.1770의 K-가중이 따로 있습니다).
등청감 곡선 탐색기 (ISO 226:2003 데이터; 현행판 2023)
임계대역과 마스킹
달팽이관 필터 하나의 대역폭이 임계대역(Critical Band)입니다. 두 가지 척도가 널리 쓰입니다. 츠비커의 바크(Bark) 척도는 가청 대역을 24개 임계대역으로 나눈 눈금이고, 글래스버그–무어의 ERB는 노치 잡음 실험으로 잰 등가 직사각형 대역폭입니다.
동시 마스킹(Simultaneous Masking): 큰 소리(마스커)가 있으면 그 근처 주파수의 작은 소리(프로브)가 들리지 않습니다. 마스커의 에너지가 프로브와 같은 청각 필터로 새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마스킹 문턱은 바크 축에서 거의 삼각형으로 퍼지는데, 위쪽(고주파 방향)으로 더 넓게 퍼지고, 마스커가 클수록 위쪽 기울기가 더 완만해집니다(상향 확산(Upward Spread of Masking)). 기저막 진행파가 밑동(고주파)에서 출발해 꼭대기로 가며 최대점을 지나 급격히 사라지기 때문에, 저음 마스커는 고음 위치도 흔들지만 그 반대는 약합니다. 베이스가 보컬을 가리기 쉬운 이유입니다.
MP3·AAC 인코더는 프레임마다 이 문턱을 계산해 각 대역의 양자화 잡음을 문턱 아래에 숨깁니다. 문턱 아래의 신호는 '버려도 들리지 않는' 정보입니다(15장).
마스킹 실험: 프로브가 언제 사라지나
시간 마스킹(Temporal Masking)도 있습니다. 큰 소리가 끝난 뒤 약 100–200 ms 동안 작은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전방 마스킹, forward masking), 놀랍게도 큰 소리 직전 약 5–20 ms의 소리도 가려집니다(후방 마스킹, backward masking, 큰 소리의 신경 처리가 더 빨라 앞선 약한 신호를 덮어쓴다고 설명). AAC의 짧은 블록 전환과 '프리에코' 문제는 이 짧은 후방 마스킹 창과 관련이 있습니다.
얼마나 작은 차이를 듣나: JND와 계단법
두 자극을 겨우 구별할 수 있는 최소 차이를 JND(Just-Noticeable Difference) 또는 변별 역치라 합니다. 베버의 법칙에 따르면 JND는 기준 크기에 비례합니다(\(\Delta I/I\) ≈ 일정). 대표 값은 다음과 같습니다.
| 속성 | 대략적 JND | 비고 |
|---|---|---|
| 순음 주파수(500 Hz–2 kHz, 중간 레벨) | 0.2–0.5% (3–9 ¢) | 훈련된 청자는 더 작다. 4 kHz 이상, 매우 낮은 주파수에서 커진다(Wier 등 1977) |
| 순음 세기 | 0.5–1 dB | 레벨이 높을수록 작아진다('베버 법칙의 근소한 위반') |
| ITD(양이 시간차) | 약 10 µs | 정면 근처에서 각도 약 1° |
| 음 길이 | 약 10% | 수백 ms 길이 기준 |
JND는 적응형 계단법(Adaptive Staircase)으로 효율적으로 잽니다. 두 구간 강제 선택(2IFC)에서 '두 번 연속 맞히면 차이를 줄이고, 한 번 틀리면 키우는' 2-down-1-up 규칙은 정답률 \(p\)가 \(p^2 = 0.5\), 즉 70.7%인 지점으로 수렴합니다(Levitt 1971). 방향이 바뀌는 점(반전)들의 기하 평균이 역치 추정값입니다.
나의 JND 재기 (2IFC, 2-down-1-up)
음높이의 착각: 끝없이 올라가는 음
음높이에는 두 차원이 있습니다. 옥타브마다 반복되는 크로마(도·레·미…, 피치 클래스)와, 계속 올라가는 높이(tone height)입니다. 로저 셰퍼드(Shepard, 1964)는 옥타브 간격의 사인파들을 겹치고 그 진폭을 로그 주파수 축의 고정된 종 모양(가우스) 창으로 감쌌습니다. 성분들을 한 반음씩 올리면 크로마는 분명히 올라가는데, 맨 위 성분은 창 밖으로 사라지고 맨 아래에서 새 성분이 조용히 나타나므로 '높이'는 제자리입니다. 12번 올린 결과는 처음과 똑같은 소리—셰퍼드 톤(Shepard Tone), 소리로 만든 펜로즈 계단입니다. 장–클로드 리세는 이를 연속 글리산도로 만들었습니다(리세 글리산도).
다이애나 도이치는 셰퍼드 톤 두 개를 트라이톤(반 옥타브) 간격으로 들려주면 사람마다, 그리고 시작 크로마에 따라 '올라간다/내려간다' 판단이 갈린다는 트라이톤 역설(Tritone Paradox, 1986)을 발견했습니다. 셰퍼드 톤에서는 위·아래 거리가 정확히 같으므로 물리적으로 정답이 없는데, 판단 패턴이 개인의 언어 환경(말소리의 음높이 대역)과 상관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또 도이치의 옥타브 착각(1974)에서는 양쪽 귀에 400·800 Hz를 엇갈려 번갈아 주면 많은 사람이 '한쪽 귀에는 높은 음, 다른 쪽에는 낮은 음'이 번갈아 나는 것으로 듣습니다. 2장의 잃어버린 기본음과 함께, 음높이가 귀가 아니라 뇌의 '해석'임을 보여 주는 예입니다.
셰퍼드 톤 · 리세 글리산도 · 트라이톤 역설
공간 청각: 두 귀의 시간차와 레벨차
귀가 둘인 이유는 방향을 알기 위해서입니다. 옆에서 온 소리는 먼 쪽 귀에 늦게(ITD(Interaural Time Difference)), 그리고 머리 그림자 때문에 작게(ILD(Interaural Level Difference)) 도착합니다. 머리를 반지름 \(a\)의 구로 보면 우드워스(Woodworth)의 근사식이 나옵니다.
레일리 경(1907)의 듀플렉스 이론(Duplex Theory): 저주파(약 1.5 kHz 이하)에서는 파장이 머리보다 길어 그림자가 거의 없으므로 ITD(위상차)로, 고주파에서는 위상이 모호해지는 대신(주기 < ITD) 머리 그림자가 커지므로 ILD로 방향을 판단합니다. 약 1.5 kHz의 주기 0.67 ms가 최대 ITD와 비슷하다는 점이 경계를 정합니다. 둘 다 앞–뒤를 구별하지 못하는데(같은 ITD를 주는 점들의 '혼동 원뿔'), 이는 귓바퀴의 주파수 착색—HRTF(Head-Related Transfer Function)—과 머리 움직임으로 해결합니다. 헤드폰 3D 오디오(바이노럴 렌더링)는 HRTF를 필터로 곱해 이를 재현합니다.
ITD·ILD 소리 위치 만들기 (헤드폰)
두 귀가 만드는 소리: 양이 맥놀이와 선행음 효과
한쪽 귀에 400 Hz, 다른 쪽 귀에 404 Hz를 들려주면 공기 중에서는 두 소리가 섞이지 않는데도 초당 4번 일렁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양이 맥놀이(Binaural Beats)는 뇌간(상올리브핵)의 ITD 검출기가 두 귀 신호의 위상차가 계속 돌아가는 것을 감지한 결과입니다. 위상 동기는 저주파에서만 가능하므로 반송 주파수가 약 1 kHz 이하일 때, 차이는 약 30 Hz 이하일 때 들리며, 진짜 맥놀이(한 귀에 두 음을 섞은 '단이 맥놀이')보다 훨씬 약합니다. "양이 맥놀이로 뇌파를 바꾼다"는 상업적 주장들은 근거가 약합니다.
양이 맥놀이 vs 단이 맥놀이 (헤드폰)
방 안에서 소리는 직접음 뒤에 벽 반사음이 수 ms–수십 ms 늦게 도착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소리를 반사면이 아닌 음원 쪽에서 듣습니다. 두 소리가 약 1 ms 이내로 도착하면 둘 사이 어딘가로 위치가 합쳐지고(합산 정위), 약 1 ms–수십 ms에서는 먼저 온 소리의 방향만 들리며 뒤의 소리는 음색·공간감으로만 기여합니다. 이것이 선행음 효과(Precedence Effect, Wallach 1949; Haas 효과 1951)입니다. 지연이 반향 문턱(클릭은 약 5–10 ms, 말·음악은 약 30–50 ms)을 넘으면 별개의 메아리로 들립니다. 하스는 지연음이 선행음보다 최대 약 10 dB 커도 방향 판단이 선행음을 따른다고 보고했습니다. 공연장 PA의 지연 스피커는 이를 이용해, 뒤쪽 스피커를 무대 소리보다 약간(10–20 ms) 늦게 내서 소리가 무대에서 오는 것처럼 들리게 합니다.
선행음 효과: 융합 → 메아리 (헤드폰)
핵심 정리
- 외이는 약 3 kHz 공진기, 중이는 약 27 dB 임피던스 정합기, 달팽이관은 로그 간격 필터뱅크(그린우드 함수)다.
- 등청감 곡선(현행 ISO 226:2023; 예제는 2003판 데이터): 저음과 초고음은 같은 dB SPL에서 훨씬 작게 들리고, 레벨이 클수록 곡선이 평평해진다. 10 폰 ≈ 크기 두 배(손), A-가중 ≈ 40 폰 곡선의 뒤집기.
- 임계대역(ERB = 24.7(4.37f/1000+1), 바크)이 거칠기·마스킹·코덱 대역 분할의 기본 단위다.
- 마스킹은 바크 축에서 위쪽으로 더 넓게 퍼지고(상향 확산), 마스커가 클수록 더 퍼진다. 큰 소리 전 약 20 ms, 뒤 약 200 ms도 가려진다. MP3/AAC는 양자화 잡음을 이 문턱 아래에 숨긴다.
- 주파수 JND는 중간 음역에서 약 0.2–0.5%(3–9 ¢), 세기 JND는 약 0.5–1 dB. 2-down-1-up 계단법은 70.7% 정답점을 추정한다.
- 음높이는 크로마와 높이로 분리된다: 셰퍼드 톤·리세 글리산도는 높이를 고정한 채 크로마만 돌려 끝없는 상승을 만든다.
- 방향은 ITD(저역, 최대 약 0.66 ms)와 ILD(고역)로 판단하고(듀플렉스 이론), 앞뒤·위아래는 HRTF가 해결한다. 양이 맥놀이와 선행음 효과는 두 귀 신호를 뇌가 비교한 결과다.
확인 퀴즈
외이도를 한쪽이 막힌 길이 2.5 cm의 관으로 볼 때, 공진 주파수에 가장 가까운 것은? (c = 343 m/s)
60 폰인 소리의 크기는 40 폰인 소리의 약 몇 배로 들리는가?
1 kHz 순음 마스커가 있을 때, 같은 바크 거리만큼 떨어진 두 프로브 중 더 잘 가려지는 쪽은?
2-down-1-up 적응형 계단법이 수렴하는 정답률은?
셰퍼드 톤에서 '끝없이 올라가는' 착각이 성립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머리 반지름 8.75 cm, c = 343 m/s일 때 정면에서 30° 옆의 소리의 ITD는 우드워스 식으로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