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라는 악기
피아노는 건반 하나를 누르는 동작을 지렛대 몇 개로 증폭해 펠트 망치를 날려 보내고, 그 망치가 강철 현을 때린 뒤 곧바로 물러나게 하는 정교한 기계입니다. 현의 진동은 브리지를 거쳐 넓은 나무판으로 넘어가 소리가 되고, 건반을 떼면 펠트 덩어리가 현을 눌러 소리를 멈춥니다. 이 장에서는 피아노가 왜 '여리게와 세게(piano e forte)'라는 이름을 얻었는지에서 출발해, 해머 액션의 동작을 슬로 모션으로 보고, 230개 남짓한 현의 장력을 계산하고, 피아노 배음이 왜 조금씩 높은지(비조화성)와 그 때문에 옥타브를 넓게 맞추는 이유(스트레치 튜닝)를 귀로 확인합니다.
- 하프시코드·클라비코드와 피아노의 차이, 크리스토포리의 발명(1700년 무렵)과 이중 이탈 장치·주철 프레임·교차현이 바꾼 것을 설명할 수 있다.
- 건반 → 액션 → 해머 → 현 → 브리지 → 향판으로 이어지는 소리의 길과 댐퍼·페달의 역할을 안다.
- 이탈(escapement)과 백체크가 왜 필요한지, 너무 느리게 누르면 왜 소리가 나지 않는지 해머 운동으로 설명한다.
- 로 현의 장력을 계산하고, 저음에 감은 현을 쓰는 이유를 길이의 한계로 설명한다.
- 비조화성 이 배음을 어떻게 끌어올리는지, 그 결과 옥타브를 넓게 맞추는 스트레치 튜닝을 이해한다.
- 2단 감쇠(즉답음·여운), 유니즌 맥놀이, 타현 위치가 음색에 주는 영향을 듣고, 그랜드·업라이트·디지털 피아노를 고를 기준을 갖춘다.
하프시코드에서 피아노로: 세기를 조절하는 건반
피아노 이전의 대표적인 건반 악기는 하프시코드(Harpsichord, 이탈리아어 cembalo)였습니다. 건반을 누르면 뒤쪽의 나무 막대(잭) 끝에 달린 깃촉이나 가죽 조각이 현을 뜯습니다. 뜯는 동작은 '걸렸다가 넘어가는' 일이라, 건반을 세게 누르든 살살 누르든 현이 받는 변위가 거의 같습니다. 그래서 하프시코드는 손끝으로 셈여림을 바꿀 수 없고, 연주자는 음을 겹치거나 꾸밈음을 넣거나 건반 단(段)과 현 묶음을 바꾸는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다른 하나인 클라비코드(Clavichord)는 금속 탄젠트가 현을 눌러 붙인 채 소리를 내므로 셈여림이 가능했지만, 소리가 방 하나를 채우기도 어려울 만큼 작았습니다.
1700년 무렵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악기 관리인이던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Bartolomeo Cristofori, 1655–1731)가 현을 뜯는 대신 가죽을 씌운 작은 망치로 때리는 건반 악기를 만들었습니다. 1700년의 메디치 악기 목록에 그의 새 악기가 등장하고, 1711년 한 잡지 기사는 이를 gravicembalo col piano e forte, 곧 "여리게도 세게도 칠 수 있는 하프시코드"라고 소개했습니다. 오늘날의 이름 피아노포르테·포르테피아노, 그리고 줄임말 피아노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크리스토포리가 만든 악기 중 1720·1722·1726년의 세 대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망치로 때리는 방식의 핵심 문제는 두 가지였습니다. 망치가 현을 때린 뒤 곧바로 떨어져야 현이 자유롭게 울리고(눌러 붙어 있으면 소리를 죽인다), 떨어진 망치가 되튀어 다시 현을 때리지 않아야 합니다. 크리스토포리는 첫 악기부터 망치를 밀어 올리던 부품이 마지막 순간 빠져나가는 이탈 장치(Escapement)와 떨어지는 망치를 붙잡는 장치를 넣었습니다. 이 원리는 지금의 피아노에도 그대로 있습니다.
19세기에 들어 피아노는 연주회장을 채울 만큼 커져야 했습니다. 더 굵고 팽팽한 현을 쓰려면 나무 틀로는 버틸 수 없었고, 1820년대에 금속 보강을 거쳐 통주철 프레임(Cast-iron plate/frame)이 나왔습니다. 오늘날 콘서트 그랜드의 현 장력을 모두 더하면 약 20톤에 이릅니다. 1821년 에라르(Érard)가 특허를 낸 이중 이탈 장치(Double escapement)는 건반이 끝까지 올라오지 않아도 다시 칠 수 있게 해 빠른 연타와 트릴을 가능하게 했고, 1859년 스타인웨이(Steinway)는 저음 현을 고음 현 위로 비스듬히 지나가게 하는 교차현(Overstringing, Cross-stringing)을 주철 프레임과 결합한 그랜드로 특허를 받았습니다. 해머는 가죽에서 두꺼운 양모 펠트로 바뀌었고, 1880년대 무렵 A0부터 C8까지의 88건반이 표준이 되었습니다.
뜯기와 때리기: 하프시코드 근사 vs 피아노
피아노의 해부도: 손가락에서 향판까지
그랜드 피아노의 뚜껑을 열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연주자 쪽에서 꼬리 쪽으로 다음 순서로 부품이 놓여 있습니다. 맨 앞에 건반(Keys) 88개가 있고, 그 뒤 건반 끝에 해머를 날리는 기계 장치인 액션(Action)이 들어 있습니다. 액션 위로는 현의 한쪽 끝을 감아 둔 조율 핀(Tuning pins)이 여러 겹 쌓아 붙인 단단한 나무 블록(핀블록, Pinblock)에 박혀 있고, 현은 거기서 출발해 해머가 때리는 선과 댐퍼(Dampers) 줄을 지나 꼬리 쪽의 브리지(Bridge)를 넘어 끝의 고정 핀에 걸립니다. 현 아래에는 피아노 바닥 전체를 덮는 얇은 가문비나무 판인 향판(Soundboard)이 있고, 현 위에는 장력을 버티는 거대한 주철 프레임이 덮여 있습니다.
현은 스스로는 공기를 거의 밀지 못합니다. 지름 1 mm의 선은 공기 속을 칼처럼 지나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의 진동을 넓은 판으로 넘겨야 하는데, 이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브리지입니다. 브리지는 향판에 붙어 있고, 향판은 뒷면의 가로 막대(리브, Ribs)로 보강되어 약간 위로 볼록한 모양(크라운, Crown)을 유지하며 현이 브리지를 누르는 힘(다운베어링)에 맞섭니다. 향판의 넓은 면이 공기를 밀어 비로소 소리가 됩니다. 이 '작은 진동체 → 넓은 판' 구조는 기타의 상판, 바이올린의 앞판과 같은 원리입니다(MusicBook 악기의 물리).
눌러 보는 그랜드 피아노 평면도
부분을 눌러 보세요
그림이나 이름표를 누르면 설명이 나오고, 소리와 관계있는 부분(해머·댐퍼·현·페달 등)은 그 역할을 가상 피아노 소리로 들려줍니다.
그랜드라면 보면대를 빼고 뚜껑을 올린 채, 업라이트라면 위 뚜껑과 앞판을 열고 들여다보며 건반 하나를 천천히 눌러 보세요. ① 건반을 반쯤 눌렀을 때 그 음의 댐퍼가 들리기 시작하고, ② 끝까지 누르기 직전에 해머가 '툭' 하고 풀려(이탈) 현에 닿기 2–3 mm 전에 손의 힘에서 벗어나며, ③ 건반을 누르고 있는 동안 해머가 아래로 떨어져 붙잡혀 있는 것(백체크)을 볼 수 있습니다. 이어서 오른쪽 페달을 밟으면 모든 댐퍼가 한꺼번에 들리는지 확인하세요. 현과 향판에는 손을 대지 말고(땀의 염분이 녹을 만듭니다), 액션 부품을 억지로 건드리지 마세요.
해머 액션: 0.01초 안에 일어나는 일
건반은 가운데쯤의 밸런스 레일을 받침점으로 하는 시소입니다. 앞쪽을 약 10 mm 누르면 뒤쪽이 올라가며 캡스턴(Capstan) 나사가 위펜(Wippen)이라는 중간 지렛대를 밀어 올리고, 위펜 위에 선 잭(Jack)이 해머 자루 아래의 둥근 펠트(너클)를 밀어 해머를 위로 돌립니다. 지렛대들이 움직임을 몇 배로 키우기 때문에 건반 10 mm가 해머 약 45 mm의 이동이 됩니다.
해머가 현에 2–3 mm쯤 남은 순간, 잭의 꼬리가 고정된 단추(렛오프 버튼)에 걸려 잭이 옆으로 빠집니다. 이것이 이탈(Escapement, Let-off)입니다. 이 순간부터 해머는 손과 연결이 끊긴 채 관성만으로 날아가 현을 때리고 되튀어 내려옵니다. 따라서 연주자가 해머에 주는 것은 결국 이탈 순간의 속도 하나뿐이고, 그 속도가 음량과 음색을 정합니다. 건반을 '누르는 무게'가 아니라 '누르는 빠르기'가 셈여림이라는 뜻입니다. 이 속도가 MIDI에서 말하는 벨로시티(Velocity)의 물리적 정체입니다.
되튀어 떨어지는 해머는 건반 뒤쪽에 붙은 백체크(Back check)가 붙잡아 두 번 치지 않게 합니다. 그랜드 액션에는 여기에 리피티션 레버(Repetition lever)가 더해져, 건반이 절반쯤만 올라와도 해머를 중간 높이에 받쳐 둔 채 잭이 너클 아래로 돌아갑니다. 이것이 이중 이탈 장치이고, 덕분에 같은 음을 빠르게 다시 칠 수 있습니다. 한편 건반 뒤쪽은 댐퍼도 들어 올립니다. 건반을 누르는 도중에 댐퍼가 현에서 떨어지고, 건반을 떼면 댐퍼가 내려와 소리를 멈춥니다.
슬로 모션 해머 액션
실제 피아노(또는 해머 액션 디지털 피아노)에서 가온 다 C4를 아주 천천히, 소리가 나지 않을 만큼 느리게 눌러 보세요. 바닥에 닿기 직전 손끝에 작은 '턱'이 느껴지는 곳이 이탈점입니다. 이 턱 바로 위까지 건반을 미리 내려 두었다가 짧고 가볍게 통과시키면, 손가락 힘을 거의 쓰지 않고도 일정한 pp를 낼 수 있습니다. 같은 음을 10번 연속으로 이렇게 쳐서 음량이 고르게 나오면 성공입니다. 세게 칠 때도 원리는 같습니다. 건반을 '바닥까지 눌러 짓누르는' 힘은 소리에 아무 영향이 없으니, 바닥에 닿은 뒤에는 힘을 빼는 습관을 들이세요(3장 터치).
현: 230개의 줄과 메르센 법칙
건반은 88개지만 현은 230개 남짓입니다. 고음과 중음의 한 음에는 같은 높이로 맞춘 현이 세 가닥, 그 아래 저음역에는 두 가닥, 가장 낮은 열 개 남짓에는 한 가닥이 있습니다. 한 음을 이루는 여러 현을 유니즌(Unison)이라고 부릅니다. 가는 고음 현 하나는 굵은 저음 현보다 힘이 약하므로, 여러 가닥이 함께 브리지를 흔들어 음량을 고르게 맞추는 것입니다. 왼쪽 페달(우나 코르다)은 그랜드에서 액션 전체를 옆으로 밀어 해머가 세 현 중 두 현만 때리게 하는 장치로, 이름이 '한 현으로'라는 뜻인 것도 여기서 왔습니다(11장).
양 끝이 고정된 현의 기본 진동수는 길이 , 장력 , 단위 길이당 질량(선밀도) 로 정해집니다. 이것이 메르센 법칙(테일러 공식)입니다.
피아노 현은 고탄소 강철 피아노선으로, 인장 강도가 2 GPa 안팎(1 mm² 단면이 200 kgf 넘게 버틴다)입니다. 한 가닥에는 보통 700–900 N(70–90 kgf) 정도의 장력을 겁니다. 장력이 너무 낮으면 소리가 힘없고 흔들리며, 너무 높으면 끊어집니다. 그러면 A4(440 Hz)의 길이는? 지름 1.0 mm 현에 700 N을 걸면 g/m이므로 m입니다. 실제 그랜드의 A4 현 길이와 거의 같습니다.
문제는 저음입니다. 같은 현으로 A4에서 네 옥타브 아래인 A0(27.5 Hz)를 내려면 길이가 16배, 약 6 m가 되어야 합니다. 콘서트 그랜드의 길이가 2.7 m 남짓이고 가장 긴 현이 2 m 안팎이니 불가능합니다. 길이를 줄이는 대신 장력을 낮추면 소리가 힘을 잃습니다. 남은 방법은 선밀도 를 키우는 것인데, 강철선을 그냥 굵게 하면 막대처럼 뻣뻣해져 다음 절의 비조화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저음 현은 강철 심선 위에 구리선을 감아 굽힘 강성은 거의 그대로 두고 질량만 늘립니다. 이것이 감은 현(Wound string)이고, 가장 낮은 현은 구리를 두 겹으로 감기도 합니다. 그래도 남는 길이 부족은 교차현으로 대각선 공간을 써서 메웁니다.
피아노 현 설계기: 길이·굵기·감은 선
비조화성: 피아노의 배음은 조금씩 높다
이상적인 현, 곧 굽힘에 전혀 저항하지 않는 끈이라면 배음은 정확히 기본음의 정수배 입니다(MusicBook 배음과 음색). 그러나 피아노 현은 굵은 강철이라 휘어지는 데 저항합니다. 짧은 파장(높은 배음)일수록 현이 더 급하게 휘어야 하므로 이 강성이 복원력을 더 보태고, 그만큼 진동이 빨라집니다. 결과적으로 번째 배음은 보다 조금 높습니다.
는 에 비례하고 에 반비례합니다. 그래서 짧고 상대적으로 굵은 고음 현일수록 크고(C8 근처 정도), 길고 가는 심선을 쓴 저음 현은 작습니다( 정도). 가온 다 근처에서 이면 10번 배음은 배, 약 34센트 높습니다. 반음의 3분의 1이니 작지 않은 양입니다. 피아노 소리 특유의 '쇳소리 섞인 반짝임'과, 작은 업라이트의 저음이 둔탁하게 들리는 이유(짧은 저음 현은 B가 크다)가 모두 여기서 나옵니다.
비조화성 듣기: B ×0 · ×1 · ×4
스트레치 튜닝: 옥타브를 넓게 맞추는 이유
조율사는 옥타브를 맞출 때 두 음을 함께 치고 맥놀이(Beats)가 사라지는 곳을 찾습니다. 맥놀이는 가까운 두 주파수가 겹칠 때 그 차이만큼 소리가 '웅웅' 커졌다 작아지는 현상입니다(MusicBook 소리와 파동). 옥타브에서 실제로 겹치는 것은 아래 음의 2번 배음과 위 음의 1번 배음, 아래 음의 4번 배음과 위 음의 2번 배음입니다. 그런데 비조화성 때문에 아래 음의 2번 배음은 기본음의 정확히 2배보다 조금 높습니다. 위 음의 기본음을 정확히 2배에 두면 둘이 어긋나 맥놀이가 납니다. 맥놀이가 없게 맞추면 위 음은 2배보다 조금 높아지고, 옥타브가 1200센트보다 넓어집니다.
가온 다에서 출발해 옥타브를 위로 하나씩 쌓으면 이 넓힘이 누적되어 최고음은 평균율 이론값보다 수십 센트 높아지고, 아래로 쌓으면 최저음은 수십 센트 낮아집니다. 1938년 레일스백(O. L. Railsback)이 잘 조율된 피아노들을 측정해 이 S자 모양의 편차를 처음 그래프로 보였기 때문에 레일스백 곡선(Railsback curve)이라고 부릅니다. 스트레치의 양은 피아노마다 다릅니다. B가 작은 큰 그랜드는 덜 늘리고, B가 큰 작은 업라이트는 더 늘립니다. 그리고 모든 음을 '평균율 수식대로' 맞춘 피아노는 오히려 고음이 낮게(flat), 저음이 탁하게 들립니다.
옥타브 맞추기: 순정 2:1 vs 스트레치
조율이 된 피아노에서 C5와 C6을 함께 누르고 페달 없이 4초 정도 들어 보세요. 잘 조율된 피아노라면 맥놀이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다음 디지털 피아노나 위 시뮬레이터의 '기본음 2:1'과 비교해 보면, '수학적으로 정확한 옥타브'가 피아노에서는 오히려 맞지 않게 들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맥놀이 속도를 세는 연습(1초에 몇 번 '웅'이 오는가)은 나중에 조율 상태를 판단하고 화음의 울림을 듣는 데 그대로 쓰입니다.
울림의 모양: 2단 감쇠, 유니즌, 타현 위치
피아노 음을 치고 음량을 dB로 그려 보면 직선 하나로 줄어들지 않습니다. 처음 1–2초 동안 빠르게 떨어지는 즉답음(Prompt sound)과, 그 뒤 훨씬 천천히 사라지는 여운(Aftersound)의 두 기울기로 꺾입니다. 원인은 현이 움직이는 방향과 유니즌 현의 결합입니다. 해머는 현을 위아래로 때리므로 처음에는 현이 향판에 수직인 방향으로 진동하는데, 이 방향은 브리지를 강하게 흔들어 에너지를 빨리 내보냅니다(크고 빨리 줄어드는 소리). 시간이 지나면 브리지와 잘 결합하지 않는 수평 방향 진동과, 유니즌 현들이 서로 엇갈려(반대 위상으로) 진동하는 모드가 남아 오래 울립니다. 1977년 물리학자 와인라이히(G. Weinreich)가 이 구조를 설명했고, 그는 조율사가 유니즌을 '완벽히 같게'가 아니라 1센트 안팎으로 아주 조금 어긋나게 맞추는 것이 여운을 길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도 보였습니다.
음색을 정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해머가 현을 때리는 위치입니다. 현 길이의 지점을 때리면, 그 지점이 마디(움직이지 않는 점)인 배음, 곧 가 정수인 배음은 거의 들뜨지 않습니다. 기타에서 뜯는 위치가 음색을 바꾸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피아노는 대개 현 길이의 1/7–1/9 근처를 때리도록 설계됩니다. 예전에는 귀에 거슬리는 7·9번 배음을 줄이려는 설계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해머가 폭이 있고 현에 수 ms 동안 닿아 있어서 효과가 단순한 공식보다 무디고, 음량과 음색의 균형을 함께 고려한 결과로 봅니다. 해머 펠트의 경도도 중요합니다. 세게 칠수록 펠트가 더 눌려 단단해지고(비선형 스프링), 접촉 시간이 짧아져 높은 배음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피아노의 ff는 단지 큰 것이 아니라 더 밝은 소리입니다.
음 하나의 일생: 감쇠 곡선과 타현 위치
그랜드·업라이트·디지털: 무엇으로 연습할까
그랜드 피아노는 현과 향판이 바닥과 나란히 누워 있고, 해머가 아래에서 위로 현을 때린 뒤 중력으로 돌아옵니다. 업라이트 피아노는 공간을 아끼려고 현과 향판을 세워 놓았기 때문에 해머가 앞에서 뒤로 현을 때리고, 중력 대신 스프링이 해머를 되돌립니다. 업라이트 액션은 대개 이중 이탈 장치가 없어 같은 음을 다시 치려면 건반이 거의 끝까지 올라와야 하고, 연타가 그랜드보다 느립니다. 키가 큰 업라이트(130 cm 안팎)는 현이 길어 소리가 좋지만, 작은 업라이트일수록 저음 현이 짧아 비조화성이 커지고 저음이 둔해집니다.
디지털 피아노에는 현이 없습니다. 건반 밑의 센서가 누르는 빠르기를 재고, 그 값으로 미리 녹음한 피아노 소리(샘플)를 고르거나 물리 모델로 소리를 계산합니다. 대부분의 건반에는 깊이가 다른 접점이 두세 개 있어, 건반이 첫 접점에서 마지막 접점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 를 재서 벨로시티(MIDI 1–127)로 바꿉니다. 빠를수록(가 짧을수록) 세게 친 것입니다. 샘플 방식은 같은 음을 여러 세기로 녹음한 벨로시티 레이어를 두고, 그 사이를 음량으로 메웁니다. 레이어가 적으면 '세게 쳐도 음량만 커지고 음색은 그대로'인 부자연스러움이 생깁니다. 좋은 디지털 피아노는 실제 해머 무게를 흉내 내는 해머 액션 건반(무게 건반)을 씁니다. 처음 연습용으로는 88건반, 해머 액션, 세 페달(최소한 반 페달을 인식하는 댐퍼 페달)을 갖춘 것을 고르세요. 가벼운 신시사이저 건반으로만 연습하면 실제 피아노에서 손가락 힘과 셈여림 조절이 따로 놀게 됩니다.
| 그랜드 | 업라이트 | 디지털 | |
|---|---|---|---|
| 현·향판 | 수평, 긴 현(콘서트 그랜드 약 2.7 m 몸길이) | 수직, 키에 따라 현 길이 제한 | 없음(샘플 또는 물리 모델) |
| 해머 복귀 | 중력 + 리피티션 레버(이중 이탈) | 스프링, 대개 단일 이탈 | 해머 무게를 흉내 낸 기구 |
| 연타 | 건반이 반쯤 올라와도 가능 | 건반이 더 많이 올라와야 함 | 센서 방식에 따라 다름 |
| 왼쪽 페달 | 우나 코르다(액션이 옆으로) | 해머가 현에 가까워짐 | 음색·음량 변화로 흉내 |
| 가운데 페달 | 소스테누토 | 대개 연습용 약음(펠트 막) | 기종에 따라 |
| 관리 | 1년에 1–2회 조율, 습도 관리 | 같음 | 조율 불필요, 헤드폰·녹음·MIDI 가능 |
디지털 피아노 속: 센서 시간 → 벨로시티 → 레이어
디지털 피아노의 '터치 감도(벨로시티 커브)'를 보통(Normal)에 두고 시작하세요. 가벼움(Light)은 살짝만 쳐도 크게 나서 처음엔 편하지만, 실제 피아노에서 소리가 작아지는 습관이 생깁니다. 볼륨은 mf로 쳤을 때 대화 소리 정도가 되도록 맞추고, 헤드폰으로 연습할 때도 한 시간에 한 번은 쉬세요. 의자 높이와 건반 높이(바닥에서 약 72–75 cm)는 3장에서 다룹니다. 이 책의 시뮬레이터는 MIDI 건반을 연결해 연주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14장).
핵심 정리
- 하프시코드는 현을 뜯어 셈여림이 거의 없고, 1700년 무렵 크리스토포리가 해머로 때리는 '피아노 에 포르테'를 만들었다. 이탈 장치는 처음부터 있었고, 19세기에 이중 이탈(1821), 주철 프레임, 펠트 해머, 교차현(1859), 88건반(1880년대)이 더해졌다.
- 소리의 길: 건반(지렛대) → 액션 → 해머 → 현 → 브리지 → 향판 → 공기. 댐퍼는 건반을 누르는 도중 들리고 떼면 내려온다. 최고음역(약 F♯6 위)에는 댐퍼가 없다.
- 해머는 현에 닿기 2–3 mm 전에 이탈해 관성으로 날아간다. 연주자가 주는 것은 이탈 순간의 속도뿐이고, 그것이 벨로시티(음량과 밝기)다. 너무 느리면 해머가 현에 닿지 못한다.
- . 한 현에 700–900 N, 전체 약 20톤. 민선으로 A0를 내려면 6 m가 필요하므로 저음은 구리 감은 현으로 μ만 키운다.
- 강성 때문에 배음이 로 높아진다. 는 에 비례해 고음과 짧은 현에서 크다.
- 옥타브는 아래 음의 높아진 배음에 맞추므로 1200센트보다 넓게 조율된다(스트레치 튜닝, 레일스백 곡선: 저음 낮게, 고음 높게).
- 피아노 음은 즉답음(빠른 감쇠)과 여운(느린 감쇠)의 2단 감쇠를 보이며, 유니즌의 작은 어긋남과 타현 위치(1/7–1/9), 해머 경도가 음색을 정한다.
- 그랜드는 중력·이중 이탈, 업라이트는 스프링·단일 이탈, 디지털은 센서 시간으로 벨로시티를 재서 샘플 레이어를 고른다. 연습용 디지털은 88건반 해머 액션을 고른다.
확인 퀴즈
하프시코드로는 건반을 세게 눌러도 소리가 거의 커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해머 액션에서 '이탈(escapement)'이 없다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같은 재질·같은 지름의 민선으로 A4(0.38 m)와 같은 장력에서 A0를 내려면 길이는?
비조화 계수 가 가장 큰 현은?
잘 조율된 피아노에서 C7을 평균율 이론값(2093 Hz)과 비교하면?
디지털 피아노의 벨로시티 레이어가 하나뿐이면 어떤 부자연스러움이 생기는가?